생생마당-의료급여 개선방안 어떻게 해야 하나 [지영건 교수 / 김종명 선생님]

생생마당-의료급여 개선방안 어떻게 해야 하나

2007-01-19 오후 12:50:27 게재

적정 의료이용 유도할 필요 있다
지 영 건 (포천중문의과대학교 예방의학 교수)

흔히 말하는 고사성어 중에 다다익선(多多益善)이 있다. 이는 사기(史記)의 회음후열전(淮陰侯列傳)에 나오는 말로 오늘날에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뜻으로 두루 쓰이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많을수록 좋은 것들을 찾아보면, 우선 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돈이야 먹고 살 만큼만 있으면 된다고 현인(賢人)들은 말하지만 돈 때문에 울고 웃는 세상 일이 태반인 평범한 우리들은 그래도 돈은 많을수록 좋다고 여긴다. 그 밖에 진정한 친구라던가 가족 간의 대화를 많을수록 좋은 것으로 가치를 두는 사람도 있고, 자격증이 많으면 많을수록 취직에 유리하다고 여기는 구직자도 있다.
그러나 필요 이상으로 많아지면 해(害)가 되는 것도 우리 주위에서 흔히 찾아 볼 수 있는데, 자신감이 지나치면 자만심이 된다거나 열정이 지나치면 집착이 되는 것이 그 예이다. 특히 건강과 관련된 것들이 많은데, 몸에 좋은 비타민도 너무 많이 먹으면 병이 되고, 항암 작용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생마늘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위벽을 손상시켜 위염이나 위궤양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이 그 예이다.
어떠한 것이 필요 이상으로 많아질 경우 당사자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해가 되는 것도 있는데, 그중 하나가 의료이다. 의료는 국민이 가지는 기본적인 권리로서 어느 정도의 경제 수준에 달하면 국가가 이를 보장하게 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1977년에 도입된 건강보험과 의료급여 제도가 이에 해당된다.
건강보험과 의료급여는 진료비 전액 또는 상당액을 국민 모두가 십시일반(十匙一飯)의 마음으로 모은 보험료와 세금으로 대납(代納)하기 때문에, 다른 무엇보다도 꼭 필요한 환자에게 소중하게 사용되어야할 우리의 쌈짓돈이다.
일단 몸이 아프고 잘 낫지 않으면, 용하다는 병의원을 찾아다니며 진료를 받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그러나 본인부담이 없거나 적다는 이유로 의료 쇼핑을 방치하면 당사자에게는 적정진료의 기회를 놓쳐 더 큰 질병의 위험에 빠지게 되거나, 중복투약으로 약화사고를 일으킬 수 있으며 사회적으로는 의료재정과 보장성의 약화로 이어져 정작 필요한 환자가 적정진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따라서 선진국을 포함해 의료보장제도를 운영하는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의료에 대하여 필요 이상의 과다이용을 억제하고 적정 의료이용을 유도하기 위하여, 일반 병의원을 거쳐야만 3차 병원(대학 병원) 진료가 가능하게 한다거나, 진료비 중 소액을 본인에게 부담시키고 있다.
얼마 전에 의료급여 1종 수급권자들에게 건강생활유지비를 지급하고 이를 적립하여 외래와 약국을 이용할 때 소액의 본인일부부담을 하도록 하고, 과다의료이용자에게 의료기관을 1~2개 선택하게 하는 등 제도개선계획을 보건복지부가 발표하자, 일부 시민단체와 학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물론 의료급여 수급권자들이 도덕적 문제가 있는 것으로 매도되거나 본인일부부담으로 인한 건강 악화가 초래되어서는 절대 안될 것이다.
그렇지만 적절한 비용의식 고취를 통해 당사자에게 건강의 위해를 초래할 수도 있는 과다이용을 줄여서 적정 의료이용으로 유도할 수 있다면, 의료급여 재정의 건전화뿐만 아니라 수급권자들의 유·무형의 편익도 증대하는 등 득(得)이 더 많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의 이번 시책이 일부에서 제기하는 우려를 불식하고 소기의 기대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의료급여 관리체계를 그 동안의 ‘과다이용자 관리체계’에서 ‘과소이용자 지원체계’로 전환하고, 예기치 않은 행정적 오류의 가능성에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정부 대책은 병원에 가지 말라는 것
김 종 명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

보건복지부가 본인부담제 도입, 선택병의원제 등을 골자로 한 의료급여 대책을 내오게 된 명목상 이유는 수급권자들이 비용의식이 없어 의료이용을 남용하고 있고 여러 의료기관을 이용함으로써 발생되는 중복 투약으로 인한 건강상의 위해를 막기 위함이라고 한다.
정부의 이러한 인식은 의료급여 수급자들의 구체적 현실을 외면한 처사이다.
의료급여 수급권자들은 감기 같은 경증인 경우엔 물론 본인부담 없이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조금만 중증 질환이더라도 높은 경제적 장벽으로 인해 제때에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기가 매우 어렵다. 한 연구에 의하면 지난 3개월 동안 의사의 도움이 꼭 필요했는데도 의료이용을 하지 못한 경우가 의료급여 1종은 20%, 2종은 29%로 건강보험 대상자의 12%에 비해 높았다.
이는 여전히 의료급여자의 의료이용을 막고 있는 비급여 때문이다. 이런데도 불구하고 1종 수급권자에게 본인부담을 물리는 것은 아예 아파도 병원에 가지도 말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복지부가 현재 시행중에 있고 앞으로 시행할 정책들은 의료급여 수급권자들의 인권을 매우 무시하고 차별하려는 정책이다.
퇴행성 관절염과 만성기관지염으로 각각 정형외과와 내과에 다닐 경우 급여일수는 730일이 된다. 만성질환자들은 이런 경우가 많아 이미 건강보험의 경우 365일의 급여일수 제한이 폐지된 지 오래지만 의료급여자들은 여전히 급여일수가 365일을 넘어서면 정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그것도 그동안은 사후에 급여일수 연장승인이 가능하였지만 지난해 7월부터 정부는 이를 사전 승인으로 변경했다. 만일 365일이 초과될 경우엔 미리 승인을 받으라는 것이다.
승인받지 못하면 전액 본인부담으로 진료를 받아야 한다.
이를 겁먹고 약 복용을 포기하는 사례들이 실제로 많이 목격되고 있다. 현행 의료급여증을 플라스틱카드로 교체하는 것도 차별적 발상이다.
플라스틱카드에 1종인지 2종인지 본인부담대상자인지 아닌지, 선택병의원대상자 인지 아닌지를 가려내기 위한 표시를 하겠다는 것이다. 심하게 말하면 노예 여부를 가리기 위해 이미에 지워지지 않을 불도장을 찍는 것과 같다.
또 질병에 따라 의료급여일수가 455일 혹은 545일을 넘기면 선택병의원제 대상으로 하겠다고 한다.
의료급여일수가 많다는 것은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중복투약의 가능성이 높은 수급권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여러 질환들이 겹쳐 있는 중증 질환자로 여러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들을 한개 의료기관, 그것도 의료전달체계에서 문지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의원만을 이용할 수 있게 강제로 ‘선택’하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중증 질환자들은 적정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해 질병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보건복지부가 이런 잘못된 정책을 내오게 된 이유는 사실상 의료급여 지출을 줄여 국가의 재정부담을 덜어 내고자 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예산을 책정하는 기획예산처 같은 곳이야 의료급여 지출을 줄이도록 압박하더라도 복지부는 의료수급권자의 이익을 지켜내기 위해 노력해야 함이 당연하지 않을까?
그런데 지난 12일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이 유시민 장관과 면담했을 때 복지부 장관이 아니라 기획예산처 장관과 면담한 것 같았다고 하니 긴 한숨만 나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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