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가 발표한 의료급여제도 변경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치료권 박탈일 뿐이다

<성명> 노무현 정부, 이제 가난한 사람들의 치료받을 권리마저  빼앗겠다는 것인가?  
  복지부가 발표한 의료급여제도 변경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치료권 박탈일 뿐이다

  복지부는 19일 의료급여환자들의 본인부담금을 높이고 지정병원제를 운영하는 등의 의료급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입법예고했다. 복지부는 이번 조치를 급격히 증가하는 의료급여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급여비용이 큰 이유는 의료제도의 모순이 의료급여제도에 집중되어 나타난 결과이며 최근 의료급여비용의 증가는 급여확대와 수가인상 등이 주된 원인이다. 복지부는 이러한 원인을 도외시한 채 의료급여비용의 증가 원인을 가난한 사람들의 “도덕적 해이” 때문인 것처럼 호도함으로서 우리사회의 가장 취약한 계층에게 짐을 떠넘기고 있다.

복지부의 의료급여제도 변경은 의료급여비용 증가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치료비용을 부담시키면 해결될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 원인 진단도 틀렸고, 그 해법도 틀렸다.
  의료급여비용이 건강보험에 비해 인구 당 비용이 크고 상대적으로 빨리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의료급여대상자의 경우 건강보험대상자에 비해 노인인구가 3.4배, 장애인 6.1배, 정신질환자 4배, 희귀난치성질환자가 25배이다. 의료급여대상자들은 만성질병, 중증질환이 건강보험대상자들에 비해 월등히 많다. 치료비 지급 외에 사회보장제도가 전혀 없는 우리 사회에서는 질병이 있으면 가난해지고 결국 의료급여제도에 기대게 될 수밖에 없다. 우리사회에서는 건강보험의 본인부담율이 50% 정도이다. 중병에 걸린 많은 환자들의 경우 치료비를 줄이려고 위장이혼 등을 통해 의료급여대상자가 되려는 것은 흔히 보는 일이다.
  정작 이렇게 중증환자들이 모인 의료급여제도조차 우리사회 빈곤층의 절박한 치료요구를 다 뒷받침하지 못한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한국의 빈곤선이하 인구는 정부통계로도 700만 명이 넘지만 의료급여대상은 180만 명에 불과하다. 500만 명이 넘는 인구가 의료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료급여제도는 빈곤층의 마지막 비상구 역할을 하고 있고 의료비용은 상대적으로 그 상승폭이 높을 수밖에 없다.
  우리 보건의료인들은 19일 복지부가 발표한 해결책은 한국사회의 심각한 사회양극화와 건강보험제도의 문제점은 도외시 한 채 한 사회의 가장 약한 계층에게 문제의 책임을 떠넘기는 방안이라고 판단하며 이에 우리의 견해을 밝힌다.  

  첫째 복지부의 본인부담금 부과는 빈곤층의 필수적 의료이용을 제한하여 그들의 치료권을 박탈할 것이다. 복지부의 방침은 불필요한 병의원 이용을 줄이기 위해 건강유지비로 한달에 6,000원을 미리주고 1회에 1500-2500원의 본인부담금을 받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료급여제도에서 본인부담금을 받지 않는 이유는 의료 이용 시 본인부담금을 면제하여 병의원이용의 경제적 장벽을 없애자는 것이다. 이 제도를 왜곡하여 돈을 미리 나누어주고 병원비를 받게 되면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은 당연히 그 현금으로 병원에 갈까 다른 요긴한 곳에 쓸가를 고민하게 될 것이다. 의료비용은 줄지 모른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에게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가지 말라고 유혹하는 것이 한나라의 정부가 할 짓인가? 더욱이 급성질병에 걸리면 한달동안 병원을 3-4회 이상 방문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6000원은 금방 초과될 수 있다. 가난한 노인과 장애인, 환자들에게 도움을 못 줄망정 이들에게 주는 연말 선물이 그들의 치료권을 빼앗는 것이어야 하는가?

  둘째 선택병의원제의 전면실시가 아닌 의료급여대상자만에 대한 강요는 명백한 차별행위이다. 현재 건강보험대상자들은 어떤 병의원이든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유독 질병이 많아 의료이용이 많은 의료급여환자들에게 병의원 1-2개만을 선택하라는 것인가? 만일 복지부가 말하는 것처럼 의료비용을 줄이기 위해 의료공급을 제한하는 재도개선을 하려한다면 우선 상대적으로 건강한 건강보험대상자들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시행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 부작용이 가장 크지만 사회적 저항은 가장 적을 약자들을 대상으로 제도를 시험하는 것은 약자들을 대상으로 한 전형적인 ‘사회적 실험행위’일 뿐이다.

  셋째 복지부는 이에 더해 이들의 의료급여증을 건강보험증과 확연히 차이가 나게 만들겠다고 한다. 의료급여증을 꺼낼때마다 인간적 모욕을 경험하게 만들어 의료이용을 줄이려는 발상이다. 도대체 어떻게 이러한 반인권적 발상이 가능한지 분노를 넘어 어이가 없다. 차라리 의료급여대상자들에게 노란별을 달아주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지 않을까?

  유시민장관은 지난 추석직후 일부 의료급여환자들이 똑 같은 병으로 하루에 여러번 여러 의료기관을 다니며 의료쇼핑을 하는 것이 의료급여비용 증가의 주된 원인인 것처럼 말한 바 있다. 그리고 내놓은 것이 이번 해결책이다. 그러나 유장관이 지적한 그 정신질환 환자는 우리 사회가 정신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는 이들에게 적절한 돌봄을 제공할 수 있는 시설과 서비스를 갖추지 못해 발생한 또 다른 측면의 피해자다. 오죽하면 병원들을 돌며 하루를 보내겠는가? 유장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지역사회정신보건체계 시스템을 갖추는 제도적 설계를 더 고민할 일이다.
  오늘 복지부가 내놓은 해결책은 유장관의 잘못된 진단에 따른 잘못된 해결책이다. 유시민장관과 복지부는 제도의 희생양을 다시한번 모욕하고 그들에게 짐을 떠넘기는 제도변경을 ‘해결책’이라고 내놓았다. 우리는 정부 스스로가 의료급여제도의 문제들이 한국사회 의료제도 모순의 총 집결점이라는 것을 깨닫기 바란다. 그리고 그것을 심도 있게 고민하여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를 바란다. 문제의 해결은 의료급여제도 대상을 확대하고 건강보험제도의 보장성을 강화하여 실제로 그들의 아픈 몸을 책임지는 것이자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다. 눈물을 못 닦아 줄망정 치료권과 밥그릇을 빼앗는 정부는 정말 어디까지 가고 싶은 것인가(끝)

2006.12.20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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